[인터뷰] 잔티마 케카우(Jantima Kheokao) ANPOR (Asian Network for Public Opinion Research) 회장

“여성들이 연대해 성평등 쟁취해야”

“학계의 서구중심주의, 아시아 학자들이 뭉쳐 극복·대안 찾을 것”

▲ 잔티마 케카우(Jantima Kheokao) ANPOR(Asian Network for Public Opinion Research) 회장 ©이세아 기자

“젠더 때문에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비극은 지난 시대의 이야기여야 합니다. 내가 여성이라서 얕잡아보려는 이들에게 당당히 말하세요. ‘내 젠더에만 주목하지 말고, 내 똑똑한 두뇌를 보라’고요.”

잔티마 케카우(Jantima Kheokao) ANPOR(Asian Network for Public Opinion Research) 회장은 “지금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해 사회에 기여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ANPOR는 아시아 내 여론조사 연구와 학술 교류 진흥을 위해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홍콩, 대만 등 아시아 12개국의 학자들이 모여 지난 2012년 11월 출범한 학회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각국 정부, 해외 학술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 2대 회장인 잔티마 태국상공회의소대(University of the Thai Chamber of Commerce) 교수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태국 국방부·지방정부의 자문도 맡고 있다. 현 부회장은 씨에윈껑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인문예술연구원 교수, 총무는 변종석 한신대 응용통계학과 교수이며, 조성겸 전 한국언론학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다. 회원의 과반수가 여성인 ANPOR는 “매우 성평등한 조직”이라고 잔티마 회장은 소개했다.

ANPOR는 학계의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한 결실이다. “학계에서 신뢰와 명성을 쌓으려면 영어를 포기할 수 없지만, 영어가 걸림돌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시아 학자들끼리도 ‘저 학자는 영어를 못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하죠. 중요한 건 아시아의 상황에 맞는, 아시아의 상황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연구잖아요? 아시아 학자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를 지지하고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 뭉치자는 결론을 내렸죠.”

아시아 학계의 위상을 높이고 트렌드를 주도하려면 연구 결과를 게재·발표할 국제 학술지도 필요하다. ANPOR는 3년 전부터 매년 4차례에 걸쳐 자체 영문 저널을 발행하고 있다. 원어민 에디터가 원고를 교정해 발표하며, 논문 게재비 등은 받지 않는다. “외국 저널 게재 시 최소한 수백만~수천만 달러가 들지만, 감사하게도 ANPOR의 여러 학자들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잔티마 교수는 말했다. 매년 콘퍼런스도 연다. 한국, 일본, 태국에 이어 최근 캄보디아에서 제4회 콘퍼런스를 열었다. 학자 양성 과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 지난 28일 오후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잔티마 케카우(Jantima Kheokao) ANPOR(Asian Network for Public Opinion Research) 회장 ©이세아 기자

그간 ANPOR가 수행한 프로젝트 중에선 여러 아시아 국가의 건강·보건 연구가 눈에 띈다. 다양한 인종, 민족, 젠더, 교육·소득 수준, 지역에 따른 건강·보건 불평등을 개선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과 활용 능력의 격차(health literacy)를 줄이기 위한 목적의 연구가 많았다.

다만 “위험을 피하고자 정치적인 연구는 배제하려 한다”고 잔티마 회장은 설명했다. “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태국 등지에서 연구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정부의 승인부터 받아야 하고 자칫 투옥될 수도 있어요. ANPOR에서 이러한 국가에서 연구하려는 학자들을 돕고 있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합니다. 미래에는 상황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 신생 조직을 지키고 강하게 만들려 합니다.”

잔티마 회장은 “최근 미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여론조사학계 내에 성평등이 확산되고 있다”면서도 “물론 성평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비교적 높은 젠더 감수성을 지닌 아시아 국가로 꼽히지만, 태국에서도 ‘코끼리의 앞다리는 남성, 뒷다리는 여성’이라며 여성을 낮춰 보던 시절이 있었죠. 노동·임금의 평등이 이뤄지면서 가부장적 문화도 점차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면, 남편이 육아와 집안 살림을 맡는 게 보모를 고용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는 데 대부분의 태국인들이 동의하게 됐죠. 나의 젠더가 아니라, 능력과 가능성에 주목하도록 해야 합니다. 차별을 겪는 여성들은 연대하고, 싸워서라도 존중과 평등을 얻어내야 합니다.”

이세아 기자 (saltnpepa@womennews.co.kr)

Ref: http://www.womennews.co.kr/news/99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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